
[경상매일신문=이인수기자]권정호미술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 제1·제2전시실에서 기획전 '대구 현대미술의 오늘'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열린 '대구 현대미술의 형성과 확산'의 후속 기획전으로, 대구 현대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형인 지역 미술의 가치와 방향성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전시가 대구 현대미술의 형성과 전개 과정, 주요 흐름을 살펴봤다면, 이번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 온 중견 작가 김영세, 이태형, 박종규, 정태경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참여 작가들은 서로 다른 매체와 표현 방식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시대 변화, 자아와 사회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전시는 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오늘'이라는 시대 속에서 대구 현대미술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실존과 자유', '인간성의 확장'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관람객들은 각 작가가 구축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경험하며 개인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김영세 작가는 재현 중심의 전통적 회화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보이는 세계의 질서를 해체하고 형태를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알고 있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이 교차하는 경계의 흔적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보이는 것을 지워냄으로써 오히려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드러내는 조형 방식을 취한다. 상상과 즉물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며 사유의 흔적을 축적해 명명할 수 없는 '의심의 형상'을 구현한다.
이태형 작가는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반복적이고 질서 있는 구조 속에 투영해 왔다. 물성을 자르고 나누고 겹치는 조형 실험을 통해 시작과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적 구조 안에서 시간의 흔적과 존재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탐색한다.
또 한국 미술의 정신성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 관계의 의미를 꾸준히 탐구하며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박종규 작가는 기술 문명과 인간 존재 사이의 긴장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그는 시스템 오류인 '노이즈(Noise)'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성의 흔적으로 재해석해 회화와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 광동미술관, 이집트 피라미드 국제 프로젝트, 독일 아트 뒤셀도르프 등 국내외 무대에서 고대 문명과 디지털 노이즈를 결합한 작업을 선보이며 디지털 시대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왔다.
정태경 작가는 '집'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잃어버린 소중한 대상을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나는 집으로 간다'에서 '나의 집은 어디인가', 다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확장되며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다.
거친 드로잉과 구상·비구상이 교차하는 이미지를 통해 흩어진 시간의 파편을 현재의 캔버스로 불러내며, 그에게 집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기억과 예술적 사유가 중첩된 '보이지 않는 집'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표현된다.
백향천 권정호미술관 학예팀장은 "이번 전시는 대구 현대미술이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지역 미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수 기자 gsm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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