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고 서로 통하다…박광호·김차섭의 ‘파격상통’
권은주 기자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1643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한 박광호(1932~2000)와 김차섭(1940~2022)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권정호미술관은 9월 2일부터 11월 25일까지 기획전 《파격상통(破格相通): 새로운 형상언어를 향하여》를 개최한다.
대구·경북 출신인 두 작가가 기존 미술의 틀과 당대의 통념을 넘어 독자적인 표현 방식을 찾아간 과정을 ‘파격’과 ‘상통’, ‘형상언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연구형 기획전이다.
박광호는 6·25전쟁이 남긴 충격과 비극적 현실을 바탕으로 내면과 인간 존재를 탐구했다. 1960년대까지 문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큐비즘과 팝아트 등 다양한 양식을 실험했으며, 1970년대에는 구(球)와 오브제를 활용한 기하학적 구성 속에 성적 의미를 담았다. 1980년대 말부터는 문자와 성적 이미지를 결합하며 언어와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자신의 조형세계를 확장했다.
김차섭은 일본과 한국, 미국을 오간 이주 경험을 작품의 주요 토대로 삼았다. 초기 기하학적 추상에서 출발해 미국 유학 이후 사실성과 지적 사유가 결합된 판화 작업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1980년대에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어린 시절 경주에 대한 기억을 작품 속에 끌어들였다. 귀국 후에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주목해 지도를 남향으로 뒤집어 바라보는 등 익숙한 역사와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냈다.
두 작가의 삶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질서와 통념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만난다.
박광호가 성에 대한 보수적 시선에 도전했다면 김차섭은 서구 중심의 사회·문화적 틀을 벗어나려 했다. 또 서로 다른 시대에 역사적 현실을 작품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도 두 사람을 이어주는 공통점이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차이와 접점을 비교하며 두 작가의 작품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권정호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진다. 4층 제2전시실에서는 박광호의 작품과 드로잉, 인물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이고, 3층 제1전시실에서는 두 작가의 대표작을 나란히 배치해 공통된 문제의식을 살핀다. 박광호의 ‘초현실과 성, 생명성의 이미지’와 김차섭의 ‘역사와 문명을 향한 회화적 사유’가 중심축이다. 지하 1층 제3전시실에서는 김차섭의 드로잉과 아카이브를 통해 작가의 철학과 작업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개막일인 9월 2일 오후 2시 30분에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와 한국 현대미술사적 의미를 짚는 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박광호에 대해서는 김영동 미술평론가가 발제하고 박민영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기획팀장이 토론에 참여한다.
김차섭에 대해서는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가 발제, 남인숙 미학박사가 토론자로 나선다. 사회는 김진혁 석재기념사업회장이 맡는다. 전시 오프닝은 같은 날 오후 5시에 진행된다.
권정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단순한 작품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작가 연구와 아카이브 구축을 바탕으로 한 연구형 전시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작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한국 현대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조명하고, 지역 미술 연구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전시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7000원, 5세 이상 청소년 5000원이며 5세 미만과 70세 이상, 장애인은 무료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