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호 미술관은 2025년 9월 2일부터 11월 29일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6인의 중견 작가로 구성된 그룹展 <”신형상미술, 삶의 언어가 되다“展>을 선보인다.
김정명, 서용선, 안창홍, 유휴열, 황현수, 권정호의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1980년대부터 한국 미술사조에 등장한 ‘신형상 미술’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동시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걸어온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신표현주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신형상 미술의 대표적 출품작들은 1970년대 이후 한국 화단에 유행처럼 번졌던 미니멀한 단색조 회화에서 제거했던 ‘형상과 색채의 회복과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신형상 미술’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신형상 미술의 조형언어와 미학이 함의한 본질이 세상과 시대에 대한 작가의 깨어있는 인식과 자각 그리고 작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삶의 체험과 시대적 정황을 형상으로 표현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하였음을 소개하고, 신형상 미술의 ‘회화적인 것’으로의 환원이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기가 되었음을 조명하고자 한다.
김정명 I Jungmyung Kim (b. 1945)
그대들에게 경의를, 2023-, 아크릴&유리, 인쇄물, 23.2 x 18 x 5.5 cm
작가 김정명은 회화와 조각을 넘나들며 인간의 자의식을 재해석하는 다양한 실험을 펼쳐왔다. 소위 ‘한국팝(Korean Pop)’이라 일컫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고전 명화의 패러디,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캘린더>, <손가락>, <공룡>, <혀>, <포켓>, <Yellow line>, <말풍선>, <큰머리> 시리즈로 대변된다. 오랜 독서와 사유를 바탕으로 작가의 직관과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 안에는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인류 문명과 문화의 소산을 시각화하는 작업, 특히 꽉 채운 머리나 텅 빈 말풍선을 통해 문명비판적 시선을 통렬한 풍자로 담아내고 있다.
서용선 I Yongsun Suh (b. 1951)
Hess, 2018 - 2021, Acrylic on canvas, 130.3 x 162.3cm
작가 서용선 예술세계의 관심사이자 작품의 주된 테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도시와 거리의 사람들, 역사 속 사람들을 표현한다. 일상의 의식을 지닌 사람들의 역사를 사고하며 역사를 심리적으로 현재화하는 작업이나 지금, 여기 살아있는 우리의 삶을 응시하고 관찰하며 그려낸다. 특히 현대적 삶의 맥락에서 물성화 된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불안한 현대인의 내면의식, 비개성화 되어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강렬한 색채와 보색대비를 통해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색채는 언제나 회화의 중심이 된다.
안창홍 I Changhong Ahn (b. 1953)
유령패션13, 2021, Oil on canvas, 162.2 x 112.1 cm
작가 안창홍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동아고를 졸업한 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제10회 이인성미술상과 2013년 제25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익명의 개인사와 그가 실제로 경험했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목격한 인간의 소외, 황폐와 고독, 역사와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인식하면서 이러한 현실 인식을 서사적이 아닌 우화적 변용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유행이나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부조리한 현실이나 소시민의 상처, 고독 등의 주제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는 은유, 비틀기의 방식은 존재와 상황의 본질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하며 이것이 안창홍 예술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유휴열 I Hyuyeol Ryu (b. 1949)
생•놀이 알루미늄, 자동차도료 180x270cm 2019
작가 유휴열은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주제를 모더니즘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1980년대에는 나무 널빤지를 바탕으로 사용했으나 점차 알루미늄판을 주재료로 사용해 이것을 앞뒤로 두들겨 형태를 만들어 작업한다. 고려청자의 포도동자나 분청사기의 어문, 십장생도의 물결들, 전통적인 춤사위처럼 구체적인 형상의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그 위에 동시대적 재료인 자동차 도색 안료를 뿌리고 흘러내리는 추상표현주의적 느낌이 조화를 이루는 특징이 있다.
황현수 I Hyunsoo Hwang (b. 1954)
길에서 주운 우주, 2013, Styroform Wax Acrylic, 51(h) x 66cm
작가 황현수의 작품은 ‘서술적인 조각’, ‘형상성’, 또는 ‘상황’을 드러내는 조각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작가는 인간의 조건과 존재의 이유, 삶에 대해 조용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표현한다. 작가는 인생을 좌절과 분노, 고통으로 점철된 것으로 보기보다 이것을 딛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의지와 정신, 당당함을 표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각축의 인생(국립현대미술관), 생각하는 삶(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이 있으며 고려대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권정호 I Jungho Kwon (b. 1944)
어느날밤, 1985, Acrylic on canvas, 195 x 325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가 권정호는 동양의 예술사유를 바탕으로 독자적 작품세계를 일구어왔다. 초기에는 ‘점’시리즈를 거쳐 미국 유학시절인 1980년대 중반부터 스피커와 해골의 이미지를 통해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고 인간 실존과 현대문명에 대한 사유를 풀어냈다. 이는 작가의 개인사 및 시대, 사회사에서 포착한 인간의 문제, 특히 ‘죽음’이라는 인간실존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에 천착한 것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의 작품들로 형상화 되었다.